커튼콜 리뷰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0.25.「만리향」(극단 새벽)-소극장 커튼콜-연출/한선덕-김미정 평 대전연극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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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리를 떨어져도 느껴지는 가족의 향기 연극 ‘만리향’을 보고


김 미 정

 

연극은 5년 전에 실종되어 돌아오지 않고 있는 막내딸을 찾으러 나가겠다는 어머니와 그녀를 말리는 자식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시작된다. 관객들은 몇 분 지나지 않고도 그들이 겉으로는 티걱태걱 하지만 사실은 서로를 너무도 안쓰러워하는 가족임을 알 수 있다.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사랑한다기보다는 안쓰러워한다는 말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을 하였다. 사랑은 막연하지만 안쓰러운 것은 실체가 있다. ‘만리향’의 가족들은 사랑보다는 안쓰러워하는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쓰다듬어 준다.


지적장애가 있는 막내딸은 언니가 사준 해골이 그려진 옷을 입고 나가서 여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언니는 괜히 해골이 그려진 옷을 사주었다고 자책하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살아 있을 때 솜씨가 좋아 중국집 ‘만리향’을 번성시켰던 아버지는 술과 여자에 빠져 지내다가 거리에서 죽었다. 가족들은 그런 아버지조차 그리워한다.


어머니는 장군의 신이 들어와 돼지도 번쩍 들어 올린다는 무당의 능력을 빌어 마지막으로 딸의 생사여부를 알고 싶어 한다. 가족들은 어머니의 소원을 들어 드리고자 하지만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히자 결국 굿을 하는 연극을 꾸미기로 한다.


좌충우돌, 우여곡절 끝에 굿은 어머니를 위한 무대에 오르고 가짜무당이 된 셋째의 친구는 그럴듯하게 굿을 한다. 무당은 넉살좋게 힙합까지 하면서 장군을 영접하고 돌아가신 아버지와 막내로 차례로 빙의를 해 가족들의 마음을 풀어주고 가족들은 그토록 그리워하던 막내와 마지막 이별을 하게 된다.


나는 엄마가 둘째아들에게 ‘사실 너는 고물상 아저씨가 맡기고 안 찾아간 아들이야’ 라는 말은 담담히 풀어놓는 장면에서 이 작품의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등장인물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을 지루하지 않게 풀어놓는 작가의 저력 또한 느낄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배우들의 연기에 이토록 빠져드는 경험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즐거웠다.


슬픔도 아픔도 기쁨도 추억으로 남아 향기를 만드는 것이 가족이라는 것을 연극은 코믹하고 묵직한 감동으로 잘 풀어낸다. 오래 기억될 연극이 될 것이다.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