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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Othello] (극단 토니불란드라-루마니아)를 보고 - ID 딱정벌레 _ 대전연극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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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셀로Othello」 (극단 토니불란드라-루마니아)를 보고

-셰익스피어 원작, 발레리우 안드리우타 각색, 슈란 세베르디안 연출

 

 

-ID 딱정벌레

 

 

 

 

어두운 바닷가에는 사나운 갈매기 떼가 극성스럽게 하늘을 떠다니고 오델로의 현실과 내면풍경은 황량하고도 불안하다. 이 공간은 생선 비린내가 나는 버려진 항구도시 인상을 풍긴다. 사랑에 서툰 군인이 철없는 어린 소녀에게 마음을 주며 행복해하지만, 부하의 간교에 모든 것이 잃어버린다는 것까지가 이미 익숙한 이야기라면, 전통적인 <오델로>보다 루마니아 <오델로>는 비교적 둔탁하고 무디다.

 

각종 오브제는 내용을 채우는 장식적인 요소가 아니라, 이야기의 내용과 별도로 오브제의 활용 그 자체가 더 중요하게 보여진다. 천, 밧줄, 의자, 그네 등은 굳이 <오델로>가 아니어도 다른 작품으로도 기능할 수 있을 만큼 <오델로>적이지는 않았다.

 

 

 

 

한 가지 미덕은 이 작품안의 숨겨진 인물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건 에밀리아 역인데 그녀의 연기는 다른 배우들과 구분되는 점이 있었다. 이 여배우의 연기는 자신이 표현하는 인물의 해석이 어떤지, 그 인물이 어떤 감정을 가졌는지 표현하고 있었다. 시종일관 같은 질감을 유지하던 오델로와 데스데모나, 이아고와 달리, 에밀리아 연기는 변화하는 실질적인 사람의 호흡을 하고 있었다. 연출 스타일을 따라가더라도 자신의 역을 배우 스스로가 주도적으로 연기하고 있는듯한 인상을 주었다. 에밀리아가 남편 이아고에게 손수건을 건네줄 때, 질투에 눈이 먼 오델로의 어리석음을 강한 어조로 내뱉을 때 종래의 <에밀리아>가 아닌 새로운 에밀리아를 보았다. 햄릿의 호레이쇼가 성큼성큼 커지는 연극만큼 인상적이었다.

 

 

 

 

연출적인 내용을 보면 루마니아<오델로>는 오델로가 중심인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오델로는 훨씬 커야만했다. 그는 영웅의 모습보다는 시작부터 이미 허약하고도 불안한 상태여서 허물어지는 게 오히려 정상적으로 느껴졌다. 따라서 대척점에 있는 이아고도 힘을 잃었다. 그는 단순하게 <나쁜 사람>이었다. 익숙한 인물 해석으로 무난하게 넘어가는 배역들 속에서 <에밀리아>는 세익스피어의 인물이 구석 구석 얼마나 생동감 넘치는 작은 보석들로 이루어졌는지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공연이었다.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