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콜 리뷰

제8회 대전국제소극장축제/2017.10.24.「너, 돈끼호떼」(연극술사 수작) –소극장고도-연출/유현-딱정벌레 평 대전연극 커튼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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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돈키호테를 보고


-[미쳐서 살고 정신들어 죽다] 딱정벌레


풍경이 너무 크면 한 번에 잘 안 보인다. 실제 경험상 너무 넓은 초원이나 거대한 산은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천천히 쳐다보다가 그만 앞의 것을 잊어버리게 된다. 그래서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지만, 처음은 알겠는데 마지막 풍경까지 이어지지가 않아서 뭘 봤는지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다. 이런 경험은 할 때마다 충격적이다. 존재가 작아지는 느낌은 이런 식으로 다가온다.


돈키호테는 서툰 감상평이 두려워지는 커다란 작품이다.


그럴 때는 이런 식으로 말을 한다. <대단해> <굉장하더라구!>

잘 모를 때는 <으음... 그것에 대해 알 수는 없어. 하지만 그 소문이 맞는 것은 확실해.>


수작의 <너, 돈키호테>는 모노드라마이고, 폴리 아티스트 악사가 음향 효과를 현장에서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중간 배경 음악은 조정실 기계로 들려주었는데 현장감 있는 효과음과 혼용되는 형식을 취한다. 이 연극은 산초를 통한 돈키호테의 여정을 다루고 있다.


돈키호테의 모노극이 세르반테스의 원작 돈키호테와 닮았는지 아닌지 그것은 알 수 없는 일이다.


대단한 희극은 일상 그 너머에 있는 감정이라서 가상의 인물인 돈키호테가 뭘 느꼈는지 알 수는 없다. 그저 그의 행동을 통해서 알 수 없는 돈키호테의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을 뿐이다. 수작의 <너 돈키호테>연극을 보면서 돈키호테를 정말 사랑하는 연극이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돈키호테에 매혹당한 것처럼 보인다. 돈키호테 이야기를 산초가 되어 소곤소곤 들려주는 연극이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돈키호테의 재현장면보다도 산초가 진심으로 돈키호테를 바라보는 속깊은 시선과 배우의 시선이 합일될 때 흥미로왔다.


돈키호테의 경우, 누가 이것에 매혹당했는가? 누가 하필 이것을 하는가? 라는 질문으로 들어가는 것이 어쩌면 책 1600페이지를 완독하는 것보다 쉬운 일일 것이다.


왜 이걸 하는가? 수작의 공연은 여기에 다양한 대답을 하고 있었다. 다양한 시도와 움직임이 있었고, 등장 인물의 빠른 전환과 소품 사용등이 모노극의 장점을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돈키호테가 나오는 연극을 보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대단해> <굉장하더라구!>하거나 아리송한 표정으로 <으음... 그것에 대해 알 수는 없어. 하지만 들었던 소문이 맞는 것은 확실해. 근데 돈키호테는 뭐라고 하는거야?>라고 할 지도 모르겠다.


문제적 인물인지, 그저 유명한 화제의 인물인지 돈키호테는 계속 마음속에 적립해둬야 한다.

※ 본 게시글은 네이버 카페 [대전연극의 즐거움]에서 옮겨온 글입니다.